어떻게 살 것인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새해가 되면 부모님이나 어르신들께 그리고 내 자신도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도 정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프롤로그 나답게 살기
1장 어떻게 살 것인가
2장 어떻게 죽을 것인가
3장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4장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에필로그 현명하게 지구를 떠나는 방법
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출생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동안 나는 분단된 조국의 남쪽에서 두 분의 건강하신 부모님 밑에서 특별한 장애 없이 건강하게 태어난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가깝게는 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매년 제사를 지내면서도 행운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좀 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을 한탄할 때가 더 많았다. 그런데 책에서 헬렌켈러의 삶을 보면서, 그 삶을 통해 느낀 작가의 생각을 접하면서 내가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를 잊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2019 년 새해 들어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업체의 계약 문제가 있어서 1월까지 쉬는 중이다.
이 황금같은 시기에 매일매일을 알차게 보내려고 나름 노력하는 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1975년 생인 나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치열하게 무엇인가를 해본 적이 별로 없다.
국민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는 오락, 만화, 영화 등 미디어에 푹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오락실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고, 할머니 지갑과 장사를 하시던 큰 집 금고에도 손을 댔다 걸려서 혼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는 독서실 간다는 핑계로 주말마다 만화방에서 죽치고 살았던 것 같다. 사실 이렇게 공부를 안하고도 대학에 간 게 어떻게 보면 행운이라고 할 만하다.
대학에서 전공은 전자통신 공학과를 선택했는데 1학년 내내 수업에도 거의 참석을 안했기 때문에 학고를 두 번 맞고 도피성으로 군대를 갔다.
제대후에도 정신 못차리고 있던 나는 3학년이 되어서야 전공 C 언어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초등학교 6학년 때 다녔던 컴퓨터 학원에서 베이직 프로그램을 재밌게 공부했던 기억이 났다. 대학 내내 과공부가 적성에 안맞았던 나는 그 때 프로그래머로 진로를 정하고 처음으로 그나마 열심히 공부를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열심히 논 덕분에 역학기로 대학을 졸업하고, 그 당시 국가에서 지원해주던 IT 교육을 수료한 후에 직장에 들어가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쭉 간단하게 내가 살아온 걸 적다보니 미처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 컴퓨터 학원을 다녔던 기억을 떠올려보니 생각보다 먼 곳으로 학원을 다녔었다. 이게 내 자의였을 수도 있지만 추측컨데 아마도 어머니께서 다니라고 하셨을 것 같다. 그 때는 아버지께서 외국 건설현장에 건설 노동자로 가 계셨기 때문에 어머니 혼자서 나와 동생을 돌봐 주실 때였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전적으로 어머니의 역할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 부분을 여태 잊고 있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억세게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대학에서 거의 진로를 찾지 못하던 시기에 다행히도 대학에 교수로 부임하신지 얼마 안되신 교수님께서 C 언어 실험 수업을 개강해 주셨고, 그 수업을 들으면서 옛 기억이 떠올랐고, 대학 졸업 후에는 마침 국가에서 IT 활성화를 위해 인력이 많이 필요할 때라 국가에서 교육 지원을 해줘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프로그래머로 취업을 할 수 있었다.
45 살까지 살아오면서 삻을 뒤돌아 봤을 때, 삶을 너무 낭비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서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운좋게 직장을 잡고, 돈을 벌게 되면서 열심히 살기보다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흥청망청했다. 그렇지 않은 순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아깝게 시간을 허비했다.
전환점은 작년 10월 초였다. 술을 먹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하는 중에 미끄러져서 넘어지면서 뒤통수를 욕실 벽에 부딫혔고 순간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겟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하나는 그 전인지 후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휴일에 봤던 유투브 동영상이 하나 있었다. 뼈아대라고 신영준 박사님과 고영성 작가님이 운영하는 채널인에서 본 영상인데 그 영상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그 후로 의식적으로 어제보다 나은 오늘, 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가도록 노력하며, 항상 배우는 마음을 잊지 않도록 마음에 새기고 있다.
이 책에서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 존 스튜어트 밀 -
예전에는 남을 쫓아가려고 했다. 눈 온 뒤에 앞에 난 발자국을 그대로 밟고 가려고 했다. 어려운 길 보다는 쉬운 길을 가고 싶었다. 실패를 두려워했다. 항상 시간이 모자르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나는 항상 실패했다. 내 방식은 왠지 잘못된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르게 되었다. 이제는 좀 더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내면을 면밀히 관찰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다움이 뭔지 찾고 있는 중이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스스로 세운 준칙에 따라 행동하되 그것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하라. 어떤 경우에도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 - 칸트 -
이 부분은 아직까지 숙제로 남아있다. 조만간 나에게 가치가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위해 해야할 일들을 찾고, 그 일들을 위해서 내 시간을 할애하려고 한다.
우아하고 아름답다기 보다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삶을 살고 싶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다른 부분에서도 큰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욕심들을 어느 정도는 내려놓은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부모님들을 대할 때는 내 마음과는 다르게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너무가 많다. 이 글을 쓰면서도 깨달았지만 참 고맙고 감사하다. 항상 그 마음을 기억하도록 노력하겠다.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일 것 같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