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도서관에 가서 우연히 선택하게 된 책입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찾다가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보게 됐고 불현듯 고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쓴 책을 보면 어떨까 싶어서 찾아보다가,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책이 있는 걸 알게 되고 빌려서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이 책을 준비하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대부분의 내용이 책을 준비하면서 사람들에게 말하셨던 내용을 기준으로 작성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복되는 내용도 많고, 많은 부분이 책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이런 내용들로 쓰고 보완했으면 좋겠다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 자체로 훌륭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먼저, 이 책을 보면서 처음으로 내가 진보주의에 가깝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동안은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진보주의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배, 큰 정부, 세금, 시장, 시민, 제도, 규제 등을 통해서 진보주의의 방향과 사상을 알기 쉽도록 쓰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개념들은 모호하고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뭔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을 통해 진보주의를 설명하려고 한 자체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 책을 보면서 제 자신이 많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뭔가를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한다면 지식의 습득 뿐만이 아니고 지식의 심화 과정이 꼭 필요한 것인데 그 바탕은 끓임없는 질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서 이 책은 저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민주주의의 성장 과정이나 다른 책들의 내용을 인용하면서도 항상 문제점들을 생각하고 그 부분에 대한 해결 방법을 고민했던 모습들을 보면서 제 자신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에서 정리한 진보주의에 대한 큰 질문은 분배와 성장에 대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분배와 성장이 같이 동반될 수 없는 것인가? 그게 가능할 것 같은데 그에 대해 이론적으로 뒷받침되는 것이 없는가? 만약 불가능하다면 그것에 대한 해결 방법은 없는가? 등등의 내용입니다.
그래서, 그 방법으로 큰 정부 - 세금을 많이(?) 걷는 - 를 통해 복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시장 논리를 완전 무시할 수는 없고, 진보주의도 이 부분은 수렴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신자유주의 등등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은 저도 잘 이해를 못한 부분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런데 이러한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는 그 시대의 상황, 시민들의 생각을 넘어설 수 없다고 여러번 강조하였는데, 여기서 말하는 시민이란, 자기와 세계의 관계를 이해하는 사람, 자기와 정치, 자기와 권력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적어도 자기의 몴을 주장할 줄 알고 자기 몴을 넘어서 내 이웃과 정치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시민들이 진보의 역사를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본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국가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지도자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고, 그 역할을 시민들이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2009 년에 대부분의 내용이 구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일부 내용은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EU 등에 대한 설명을 통해 국가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표현했는데 영국의 브랙시트나 미국의 우선주의 정책등을 보면 다시 강대국을 기준으로 한 국가주의(?) 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중심을 보면 자본에 대한 세계 지배권 강화라는 흐름은 변화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각론은 다를지라도 큰 흐름에서 보면 충분히 의미가 있는 내용입니다.
사실 이 책을 보면서 제가 사전 지식이 많이 부족하여 이해를 못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추후 시간이 된다면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습니다. 그 때는 또 어떤 감정이 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